[ Thesis commentary ]




[ 시간과 권력 ]

(Page02)이야기의 시작점에서, 한 생명의 탄생과 함께 양초가 탄생한다. 양초는 인간의 생명을 담은 매개체이다. 인간의 생명은 시간의 총합으로 이뤄져있다. 따라서, 생명은 곧 시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제는 새로 태어난 생명에게 양초를 전달하는 이다. 자연스럽게 사제는 인간의 시간을 관할하는 자가 된다. 생명을 관할하는 역을 맡은 사제는 동시에 신성과 권력을 얻는다.

역사적으로, 시간을 통제한다는 것은 권력을 뜻했다. 오랜시간 시간의 통제권은 권력을 가진자에게 있었다. 시간은 권력이었다. BC 3000년 초기부터 16세기 후기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통제하는 권한은 종교계에 있었다.*1소설에 나오는 교회는 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Page08)소설속의 사제들은 시간의 정원을 만들어 사람들의 양초를 보관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이 모셔져있는 그 정원을 매우 신성하게 여기며, 그것을 관리하는 사제들 또한 신성한 자로 여긴다. 그러한 맥락에서 사람들은 로브 깊숙히 잠겨버린 사제들의 얼굴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권력의 구조에서 사람들은 궁금해할 할 이유와 앎의 권리를 스스로 버린다. 내 생명줄을 쥔 그들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 없다 할지라도.

시간의 은유양초 끝에서만 타올라야 하는 불꽃처럼, 시간을 붙잡아 길들이려는 인간의 욕망이 우상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인간의 이성은 촛불이라는 은유에 갇히고 고정되었다. 마치 현대의 인간들이 시간이라는 은유에 갇힌 것 처럼. 책  <Metaphors we live by : 삶의로서의 은유> 에 따르면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관점이 되는 일상적 개념체계의 본성은 근본적으로 은유적이라고 한다.” *2인간은 이 사고체계를 이용해 시간을 ―제때 맞춰 제사를 지내기 위한― 과거의 목적보다 더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책은 어떻게 인간들이 이 은유체계를 이용하여 시간을 물질, 자원, 노동 그리고 여가의 개념까지 연결시키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시간은 일종의 추상적인 물질이다. 대체로 정확히 양화 될 수 있다. 단위당 가치를 할당받을 수 있다. 의도적인 목적에 부합한다. 목적을 충족시킴에 따라 점진적으로 다 소모된다. 시간은 위의 정의를 가진다. 물질 또한 비슷한 정의를 가진다. 물질지원은 일종의 물질이다. 대체로 정확히 양화될 수 있다. 단위 양당 가치를 할당받을 수 있다. 의도적인 목적에 부합한다. 목적을 충족시키면서 점차로 다 소모된다. 이러한 기본적 틀에 따르면, 「시간은 자원」은 「시간은 물질」이라는 은유를 이용한다. 이러한 맥락으로, ‘노동은 자원’이며 ‘활동은 물질’ 이라는 은유 구조를 이용한다. 이 두 ‘물질’ 은유는 노동과 시간이 양화될 수 있게 해준다. 즉 평가되고, 점진적으로 소모되는 것으로 간주되고, 금전적 가치를 할당받게 해 준다. 그리고 이 두 ‘물질’은유를 통해서 우리는 시간과 노동을 다양한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간주  수 있게된다. (…중략) 그리고 이러한 사고 구조는 ‘여가 시간’과 ‘노동 시간’ 개념을 엮음으로써 ‘여가’의 개념까지도 ‘노동’과 유사한 어떤 것으로 변화시켰다.3*  현대 사회에 들어 아주 많은 가치들이 시간과 연결지어지며, 시간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 시간에 대한 은유법을 양초에 적용시켰다. 시간은 물성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 시간은 붙잡히지 않는다. 시간은 휘발한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은 변화한다. 양초는 물성을 잃으려 한다. 형태를 잃고 싶어 한다. 양초는 붙잡히지 않는다. 양초는 흐른다. 양초는 (모양이)변화한다. 그러므로 시간과 양초는 같은 맥락의 은유이다.

그러나 욕심이 많은 인간은 그것들을 모두 붙잡아두고 싶어한다. 사라지고, 소멸하는 것들에 대해 아쉬워한다. 시나리오 속 사람들이 시간의 정원에 양초를 가둔 것 처럼, 현대의 인간은 시간을 붙잡아 금속 시계에 가두었다. 소설속의 인물들과 현대인들은오 모두 금속 울타리 안에 자신들의 시간을 가두고, 그것을 어기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면모가 꼭 닮있다.









[ The girl, and Absurdity 소녀와 부조리 ]

(Page 17)소녀는 금기를 위반하고 시간의 정원에 입장한다. 그녀는 스스로 그녀의 촛불을 끈다. 불이 꺼진 양초로부터 그녀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죽음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죽이러 왔다. 그러나 뜻대로 죽지 못한 그녀가 꺼진 초로부터 얻은것은 새로운 진실이었다. 비로소 진실을 깨달은 소녀는 마을에서 도망친다. (Page19)그리고 어느날 마을에 홀현히 나타난 수트를 입은 한 사람(한손에는 담배를 들고).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는 그 수트를 입은 사람이 그 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녀는, ‘그’와 같은 차림으로, 담배를 피고, 그림자가 없다.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반항과 함께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Page25)그녀가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돌아온 이유가 사람들이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자신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 진실 앞에서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녀가 어떤 의지를 품고 돌아왔으며, 스스로 가능한 모든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Graphic novel은 카뮈의 소설 <The stranger>*4 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The stranger>에서 사형수는 한정된 시간을 받아들임으로써, 온전히 그의 시간 그의 삶속에서 자유롭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음으로써 유한한 인간 삶에 열정을 느끼게되고, 그 무엇에도 얽메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가능한 모든것을 해보려고한다고 말했다.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란 “인간의 필요와 세상의 불합리한 침묵 사이의 대결”의 결과라고 말했다.*5 그러나 부조리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왜 계속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자살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살은 인간이 자신의 가치와 자유를 포기하는 선택이다. 그는 그것을 단호하게 무시한다. 오히려 그는 부조리가 우리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살아갈 것을 제안한다. *6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조리에 대한 그의 개념은 바뀌었다. 그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가 존재한다"라는 말로 바뀐 생각의 결론을 내렸다. 이는 그가 인간의 공통된 조건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7 카뮈에 따르면, 반항은 삶이 무의미하더라도 삶 자체를 포용하고 소중히 여기는 진보적인 태도이다. 부조리에 대한 경험과 인식은 도덕적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의 행동에 한계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8 정리하자면 카뮈는 인간은 고통스럽고 부조리한 상태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반항의 정신을 지닌 열정적인 불꽃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위의 Graphic novel에서 주인공인 소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 삶의 모든 법칙을 뛰어넘는 인물로 읽힐 수 있다. 그녀는 카뮈의 소설에서 사형수를 넘어선 인물로 묘사된다.

<Page23> 아주 어두운 밤, 어떤 형태의 빛도 보이지 않는 어느 날, 누군가가 몰래 그녀의 방에 침입해 꺼진 양초의 비밀을 알아내듯, 감히 규칙을 어기는 자만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가 자신의 생을 꺼트리려 시간의 정원에 잠임했던 것 처럼.









[ 양초와 그림자 ]

시나리오 속에서 그림자는 단순한 형태를 넘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이는 시간과 권력의 본질을 드러내는 증거이며, 금기를 넘어선 주인공에게 변화를 주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마을사람들에게 깨달음과 진실로 한발 자국 더 나아가게 해주는 발판의 역할을 한다. 이야기의 세계에서 그림자는 절대적인 광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교회가 제공하는 양초의 길이에 의해 변화한다. 양초와 그림자는 교회에 권력을 부여하는 도구이자, 그림자의 변화를 통해 이 세계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짜 그림자에서 벗어난 주인공은 금기를 깨뜨리고 세상의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교회가 만들어낸 양초, 즉 가공된 생명의 시간을 조종하는 권력의 그림자가 사실은 허구였음을 의미한다. 소설이 끝난뒤의 아마 소녀는 진짜 그림자를 찾아 떠나지 않을까.










*1 Alexander Dmnandt, ZEIT: Eine Kulturgeschichte, Translated by Duk-im Lee, Book life publishing, 2015, p9
*2 George Lakoff, Mark Johnson, Metaphors we live by, Translated by Yang-jin Noh, Ik-ju Na, Pagijong publishing, 2006, p21
*3 George Lakoff, Mark Johnson, Metaphors we live by, Translated by Yang-jin Noh, Ik-ju Na, Pagijong publishing, 2006, p138-141
*4 Albert Camus, L'etranger, Translated by Hwa-young Kim, Minumsa, 1942
*5 Foley, John (2008). Albert Camus: From the Absurd to Revolt. McGill-Queen's University Press. ISBN 978-0-7735-3467-4.p.6
*6 Foley, John (2008). Albert Camus: From the Absurd to Revolt. McGill-Queen's University Press. ISBN 978-0-7735-3467-4.P.7-10
*7 Foley, John (2008). Albert Camus: From the Absurd to Revolt. McGill-Queen's University Press. ISBN 978-0-7735-3467-4.
*8 Hayden, Patrick (9 February 2016). Camus and the Challenge of Political Thought: Between Despair andP.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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