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s the daily life
between humans and objects
in three dimensions

Object v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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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사물 동사>는 인간과 사물의 상호작용을 4차원 시공간에서 3차원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사물이 자신이 겪은 행위(사건)를 몸에 새기고 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어, 그저 정지된 물체로서가 아닌, 자신과 상호작용하며 공존하는 존재로 사물을 인식하게 한다.

이 작업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사물들을 찰흙으로 재현하고, 실제 사물처럼 사용하여 그 변형을 기록한다. 찰흙은 사용자가 가한 행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며, 굳어진 후에는 진짜 사물처럼 채색된다. 관객은 변형된 찰흙 사물을 통해 자신이 사물에 가한 행위를 기억하며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체감하게 된다.


대개 우리는 사물을 단순히 사용하는 '사용자'라 여기지만, 사물과 인간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은 사물을 창조했으나, 동시에 사물을 통해 습관, 취향, 동선, 생활 방식 등에서 큰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사물과 인간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동반자적 존재이다. 이 작품은 관객이 사물과의 상호적 관계를 느끼며 단순한 사용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인간은 수만 년에 걸쳐 쌓아온 지식으로 언어와 사물의 기본적인 조합 방식을 만들어 왔다. 예를 들어 물병의 뚜껑, 컵의 손잡이, 캐리어의 바퀴와 같은 요소들은 이미 고정된 조합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언어와 사물이 모두 ‘조합’이라는 방법론을 공유하지만, 그 형태와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글과 사물의 차이를 고민했다. 그 차이점은 ‘시간 안에서 생동하는 동적 요소의 기록됨’에 있다고 생각했다. 언어와 사물은 모두 시간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언어는 동사와 시제를 통해 움직임과 시간성을 표현하는 반면, 사물은 시간 속에서 멈춰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언어는 그 자체로 움직임과 시간성을 내포하지만, 사물은 스스로 움직임이나 시간을 기록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사물은 시간에서 동떨어져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시간성을 가진 존재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정지한 사물과 살아 있는 동물을 다르게 느끼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나는 사물들이 자신의 시간성을 드러내길 바랐고, 이를 위해 사물에 ‘사건’을 부여했다. 작업 <사물 동사>에서 사물들은 각자의 사건을 몸에 새기고 기억한다. 여기서 사건이란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동적인 행위를 뜻하며, 이는 시간 속에서 발생한다. 사건이 부여된 사물은 그 자체로 시간성을 가지게 된다. 이를 위해 나는 사물들을 찰흙으로 만들어, 외부 힘에 의해 형태가 변하는 찰흙의 물성을 활용해 사물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동적인 움직임을 기록했다. 이로써 각각의 사물들은 자신만의 동적 순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하나의 등장인물로 변모하게 된다.

우리는 시간의 한 점에 갇혀 움직이는 존재들이다. <시간의 탄생>의 저자 알렉산더 데만트의 말처럼, <사물 동사>는 그러한 시간의 한 점을 붙잡아 가시적인 증거로 남긴다. 오브제를 사용하는 인간의 행위를, 그 행위가 이뤄지는 오브제가 직접 기록함으로써 과거가 될 순간을 미래로 끌어온다. 이제 사물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 숨 쉬게 된다.




Photo credit @pierrecast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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