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OW WITH TIME
Blooming and Withering Flower









그림이 글과 다른 것은 그림은 한곳에 정지해 있다는 점이다. 그림과 텍스트는 모두 시간 안에서 만들어지지만, 그림은 시간 속에서 정지해 있는 듯 보인다. 관객은 때때로 그림이 살아난다고 느끼지만 대부분의 관객에게 그림은 정지된 사물일 뿐이다. 무수한 시간들을 끌어당겨 완성된 그림은 모순적이게도 움직임이 없는 물체가 된다. 이것이 많은 현대인들이 그림을 복잡하게 여기는 이유가 않을까?


미술학도의 길에 접어들고 난 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너는 그림을 보면 뭐가 느껴져?"였다. 우리는 그림을 배울 때 작가의 세계관과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림이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가 그림에서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반면에 사람들은 평면에 단조롭게 나열되어 있는 활자들을 읽어나가는 데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림이 텍스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의 관점과 세계관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한다. 등장인물의 성격, 등장인물 간의 관계, 화자, 배경, 사건, 문체 등과 같은 수없이 많은 소설의 요소들이 작가의 생각을 뒷받침해 준다. 독자는 이 모든 요소들을 즐기며 작가의 세계관에 빠져들고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시간을 조금만 들여 나열된 문자들을 흘러가듯 읽어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리해 보자면, 소설은 이야기의 플롯을 통해 변화하는 상황, 감정, 사건에 대해 서술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반면, 그림은 결코 자신에 대해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은 매스컴을 타는 그림이 명성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기관과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시킨 그림의 서사가 대중이 그 그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저 말없이 가만히 정지해있는 그림은 바쁜 현대인들을 멈추게 하기에는 부족하다. 나는 그림에 서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시간성을 가진 물체들과 더 친근감을 느끼는 건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지해있는 사물과 살아 숨 쉬는 동물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정지해있는 듯 보이지만 성장하고 시드는 식물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말이다. 그렇다면, 정지해있는 평면 안에서, 작가의 시간들 그리고 생동하는 그림의 시간을 담아낸다면 어떨까?








Blooming and Withering tulips 01
114x104cm
Watercolor
2022



Record

2022.05.01

2022.05.03

2022.05.07

2022.05.10

2022.05.13









<Blooming and Withering Flower>

현대의 광원을 태양이나 양초와 같은 이전 광원과 구별하는 점은 시간이 지나도 움직이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구의 명백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시간 속에서 자연이 내포하는 생명력을 잃은 듯 보인다. 대자연의 생명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에서 온다. 자연물들은 시간의 흔적을 지니며 그것은 곧 생명력을 나타낸다.  그러나, 시간 속에서 변화하고 움직이는 자연의 속성이 현재의 인공 광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햇빛 아래 길과 담벼락들에 그려지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대낮의 그림자와는 달리, 밤에 태어나는 그림자들은 인공 광원 아래 한자리에서 부동한다.



피고 지는 꽃 (Blooming and withering flower)
작업에서 작가는 그림자로 투사되는 꽃의 변화를 평면위에 기록한다. 그림자를 기록하는 것은 삶 그리고 온 우주를 통과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절대적 개념을 2차원 평면에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다. 전구로 대표되는 인간의 삶의 방식과 꽃의 움직임으로 대변되는 자연이 시간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 사이에는 ‘다름’이 있다. 이 다름을 하나의 장면으로 가져옴으로써 작가는 하나의 세계에 존재하는 이 두 가지의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합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Blooming and Withering tulips 02
114x85cm
Shadow on paper with watercolor
2022



Record

2022.05.03

2022.05.07

2022.05.10

2022.05.13















Withering peony 01
100x140cm
Shadow on paper with watercolor
2022




Record

2022.05.27

2022.05.28

2022.05.29

2022.05.30

2022.06.01

2022.06.03
















Withering tulips 02
70x100cm
Shadow on paper with watercolor
2022















Blooming and withering peony 01

56x76cm
Shadow on paper with watercolor
2022
















Withering tulips 01
56x76cm

Shadow on paper with watercolo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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